[책의 향기]유산과 상품 사이, 줄 타는 서울 한옥
서울 서촌의 한옥 ‘영락재’는 아홉 평(약 29.7m²) 남짓한 넓이에 누마루와 사랑방, 대청과 안방까지 들였다. 대목장과 소목장이 손을 보태 조선시대 사대부집의 격식을 구현했다. 그런데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늘날의 생활에 맞춰 꾸민 공간이 펼쳐진다. 옛집의 운치와 현대의 편리함을 함께 누리도록 작은 땅을 알뜰하게 썼다.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그대로 남기도, 달라지기도 한 서울의 한옥을 살핀 책이다. 건축가인 저자는 5년에 걸쳐 북촌과 익선동, 진관동, 서촌, 성북동을 걷고 한옥 숙소에서 묵었다. 다섯 마을과 아홉 채의 집을 오가며 한옥의 구조와 쓰임, 주변 골목에 새겨진 도시의 내력을 짚는다. 한옥의 역사를 헤아리는 기준은 기둥과 서까래에만 있지 않다. 집이 앉은 땅의…